팔레스타인 미술사역 후기

김세은 자매

(왼쪽부터) 하디제, 미라, 루아

이번 E-Voice 9월 호에는 뉴욕에서의 학업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신 김세은 자매님의 '팔레스타인에서 미술사역' 후기를 담았습니다. 팔레스타인 아이들(미라, 루아, 하디제)을 위한 끊임없는 관심과 기도 부탁드립니다. 

뉴욕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서 팔레스타인에 가게 되었어요. 미술, 패션, 무용, 음악을 하는 34명의 예술가들이 모였어요. 팔레스타인에서의 14일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함께한 5명의 여자 아이들이에요. 루아, 메이순, 하디제, 마야, 미라.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아이들 3명을 소개하고싶어요.

미라는 8세 여자아이에요. 몸이 많이 경직되어있고, 말이 없이 그림을 그리는 아이에요. 혼자있는 시간이 많고, 친구들과는 잘 어울리지 않아요. 미라에게는 늘 정해진 답이 있어요. 그래서 미라에게 실수는, 죽음과 같이 무서운 거에요. 칸막이가 있는 나무상자와 같은 미라는, 상자 밖으로 나가는 것을 두려워하고 칸막이가 비뚤어지는 것을 겁내하는 아이에요.

루아는 7세 여자아이에요. 부모님이 바쁘셔서, 학교에만 오면 말이 무지 많아지는 아이에요. 루아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너무나도 재미있어요. 별 것 아닌 일상 이야긴데도 뭐가 그렇게 신나서 이야기하는지 모르겠어요. 루아는 집에가면 이야기를 할 사람도, 들어주는 사람도 없대요. 그래서 자기가 말이 많아진거래요.

하디제는 6세 여자 아이에요. 가장 어리지만,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 다른 아이들 만큼이나 몰입해서 그림을 완성해요. 춤추는 것을 좋아하고, 노래를 흥얼거리곤해요. 하디제는 다른 아이들보다 조금 더 예민하고 감수성이 풍부해서,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다가 하루는 의식을 잃고 쓰러지기도했고, 또 하루는 혼자 눈물흘리며 울기도했어요. 하디제가 울었던 날, “왜 그러는지 말해줄 수 있어?” 라고 물어봤어요. 하지만 하디제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집에는 돌아가고 싶지 않으니 친오빠에게 말하지 말아달라고 했어요.

하디제의 안전한 공간 (하단에 베계 3개와 중간에 곰인형)

다같이 모여서 아침부터 오후까지, 14일을 함께했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수업을 진행하는 우리의 공간은 편안하고, 안전한 공간이 되었어요.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비밀들을 말하고,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기 시작했어요. 하루는 감정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루아가 “오빠가 저를 떼리거나 발로 칠 때마다 슬프고 무서워요.”라고 말했어요. 하디제는 수업 마지막 날, 비밀들이 담긴 책을 만들었는데, 그 안에 엄마가 자신을 막대기로 때리는 그림을 그렸어요. “엄마가 때릴 때 너무 무서워요”라고 하디제가 말했어요. 슬프고 무서울 때 어떻게해요? 라고 선생님이 질문하자 루아는 “침대 밑에 얼굴을 파뭍고서 울어요” 라고 대답했어요. 그러자, 하디제가 공감하며 “나도 혼자 베계를 잡고 방에서 울어요.” 그래서인지 하디제는 본인의 <안전한 공간>이라는 작품 안에 베계 3개와 큰 곰돌이 인형을 그렸어요.

지점토로 말을 만들고 싶은데, “나는 말을 만드는 방법을 몰라요. 나는 못해요” 라며 뒷걸음치던 미라는 선생님의 격려에 혼자서 말을 만들고 완성했어요. 어떤 말을 만들고 싶냐는 질문에 미라는 먼저 본인이 그리고 싶은 말을 그렸고, 그 말을 지점토로 조심조심 만들기 시작했어요. 미라는 완성된 작품이 완벽해야한다는 생각에서 오는 두려움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시작했어요. 미라에게는 누군가가 질문해주고, 격려해주고, 과정 중 노력하는 그 마음을, 모습을, 칭찬해주는 사람이 필요했나봐요.

내가 무섭다고, 못하겠다고, 하나님께 말할 때.. 하나님이 나의 iPhone에서 보냄 손과 발로, 그리고 모든 것으로 하는 것임을 깨닫게 해주시는 것 처럼요.  

 

 미라가 만들고 있는 핑크색 말 스케치와 작품

미라가 만들고 있는 핑크색 말 스케치와 작품

많은 사람들이 물어봐요, “14일 동안 치료가 되요?”

아이들의 현실이나 상황은, 14일 중에도, 그 이후에도 변함이 없는 경우가 많아요. 집 밖에서는 아직도 총소리가 들리고, 집 안에서의 폭력과 학대는 줄지 않았을지도 몰라요. 아이들은 그런 환경에서 각자의 방법대로 적응하며 살아가는 법을 배워요. 누구는 두려워서 본인이 제어할 수 있는 안전하고 예상 가능한 길로만 걸어가고, 또 누구는 아픈 마음들을 모른척하고 웃으며 씩씩한 척을해요. 그런 아이들이 14일이라는 기간 동안 마음의 아픔들과 숨기고 싶었던 모습들을 그림으로 표현하고 바라보았어요. 그리고, 각자의 아픔과 비밀을 담은 그림을 누군가가 바라봐주고 들어주고 관심을 가져주었어요. 숨기지 않으면 큰 일 날 것만 같고, 더 이상 사랑받지 못할 것 같다는 두려운 마음은 자연스럽게 녹아졌어요.  

마치 나의 나약함, 추함, 그리고 악함을 보고서 숨어버리는 저를 모른척하지 않으시고 제 이름을 불러주시는 하나님 같아요. 그리고 화들짝 놀라서 대답하면, 내가 아는 것 보다 나를 더 잘 아시는 하나님께서 “다 알고 있었어. 그래도 나는 너를 사랑해” 라고 말하시는 것 같아요. 

그래서 14일 동안 치료가 되냐고 물어보는 분들께 이렇게 대답해요. “아이들은 꼭 오뚜기 같아요. 참 많이 넘어지지만, 언제나 다시 일어서려고해요. 오뚜기의 중심에 쇠가 있듯이, 14일의 경험이 아이들의 중심에 쌓였을 거라고 믿어요.” 

아이들과 헤어진지 한 달이 되었어요. 아이들이 힘들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힘들어서 울며 혼자 베계로 달려가서 모든 것을 포기하려 할 때, 사랑이 아이들을 만나줄 거에요. 분명 사랑이 아이들을 이끌어주고, 일으켜 세워주고, 함께 걸어가 줄거에요.

 (왼쪽부터) 통역사, 하디제, 미라, 메이순, 루아, 나, 마야

(왼쪽부터) 통역사, 하디제, 미라, 메이순, 루아, 나, 마야